
같은 통합돌봄법, 노인과 장애인은 왜 다른 출발선에 서 있는가
― 통합돌봄이 진정한 권리가 되기 위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다시 보아야 한다
Good Job 자립생활센터 소장
김재익 박사
2026년 3월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통합돌봄의 취지는 노쇠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곧바로 병원이나 시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의료·요양·복지·주거서비스를 함께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법 안에 노인과 장애인이 함께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두 집단이 실제로 같은 조건에서 통합돌봄을 이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인과 장애인은 같은 법 안에서도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노인의 경우 기본적인 진입기준은 65세 이상이라는 연령이다. 물론 나이가 65세를 넘었다고 해서 모두 통합돌봄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고 의료·요양·생활지원 등 여러 지원이 함께 필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은 여기에 또 하나의 문턱이 존재한다. 65세 미만 장애인의 경우 장애의 정도가 심한 등록장애인이면서 통합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통합돌봄의 기준은 과연 ‘장애가 얼마나 심한가’여야 하는가, 아니면 ‘이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지원이 필요한가’여야 하는가.
통합돌봄의 본래 철학이 사람 중심이라면 답은 명확하다. 장애등급이나 행정적 분류가 아니라 개인의 실제 생활과 지원 필요도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노인과 장애인의 또 다른 차이는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 기반에서도 나타난다.
노인에게는 장기요양보험이라는 비교적 안정된 전국 단위 제도가 있다. 방문요양,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 여러 서비스를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이용할 수 있고, 여기에 보건소 건강관리, 치매관리, 방문진료, 주거지원 등을 연결하는 것이 노인 통합돌봄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다시 말하면 노인의 경우에는 이미 존재하는 의료와 장기요양, 복지서비스를 어떻게 잘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장애인은 조금 다르다.
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한 명의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활동지원만이 아니다. 방문의료와 재활, 접근 가능한 주택, 이동지원, 보조기기, 의사소통지원, 건강관리, 소득보장, 고용지원, 동료상담과 권익옹호까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각각 다른 법과 예산, 담당기관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는 서비스 자체가 없기도 하고, 필요한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장애인 통합돌봄에서는 단순히 기존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연결할 서비스 자체가 충분한가,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지원이 존재하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노인과 장애인의 통합돌봄 목표 역시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인에게 통합돌봄의 중요한 목표는 ‘살던 곳에서 나이 들어가기’, 즉 Aging in Place이다. 몸이 약해지고 돌봄이 필요해져도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가능한 오래 살아가는 것이다.
장애인에게도 ‘살던 곳에서 살아가기’는 중요하다. 그러나 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은 단순히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애인에게 지역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어디에서 누구와 살 것인지 결정하고,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해 외출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친구를 만나고, 문화와 정치에 참여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장애인 통합돌봄의 중심에는 ‘재가돌봄’만이 아니라 자립생활과 자기결정권이 놓여야 한다.
집에 머무르게 해주는 것이 자립생활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사람들이 고령장애인이다.
장애인도 나이를 먹는다. 평생 활동지원, 이동지원, 보조기기와 의사소통지원을 이용해 살아온 장애인이 65세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그의 삶이 일반적인 노인 돌봄의 문제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70세의 뇌병변장애인에게는 혈압과 당뇨를 관리하는 방문의료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활동지원과 보조기기, 이동지원과 의사소통지원이 계속 필요하다.
따라서 고령장애인에게 “노인서비스를 받을 것인가, 장애인서비스를 받을 것인가”를 선택하게 해서는 안 된다. 노인 돌봄과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함께 연결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돌봄이다.
재정의 문제도 중요하다.
노인에게는 장기요양보험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재정축이 있지만 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지원은 활동지원, 의료, 주거, 이동, 보조기기, 고용 등 여러 예산으로 나누어져 있다.
개인별 통합지원계획은 하나인데 이를 실행할 예산은 여러 부처와 사업으로 흩어져 있다면 통합은 행정문서에만 존재하게 된다.
앞으로 한국의 통합돌봄은 몇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대상기준을 장애 정도가 아니라 실제 지원 필요도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어느 지역에 살든 최소한의 방문의료, 생활지원, 주거와 긴급지원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기본적인 서비스 기준과 재정을 책임져야 한다. 고령장애인은 노인서비스와 장애인서비스를 선택하게 할 것이 아니라 두 체계를 필요에 따라 함께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인의 통합돌봄에 자립생활과 자기결정권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통합돌봄은 사람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가 아니다. 한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제도이다.
노인에게는 “나이가 들어도 내가 살던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장애인에게는 거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해야 한다.
“장애가 있어도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국가가 제대로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노인과 장애인은 같은 통합돌봄법 안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만나게 된다.
통합돌봄의 진정한 통합은 법률에 노인과 장애인을 함께 적어 놓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재정을 실제로 보장하고,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할 때 비로소 통합돌봄은 권리가 된다.

